걸을수록 보이는 것들 - 포항 뚜벅이 여행
제게 포항은 직접 가보기 전/후의 감상이 가장 많이 바뀐 도시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뚜벅이 여행으로 다니기 어려운 도시인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목포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 제 생활권과 정반대고 주변에 가본 지인도 없었거든요. 그런 와중에 KTX 노선도에 포항이 있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지도상에 포항이 생각보다 큰 도시로 표기되어 있더라고요. 가보지 않은 곳을 도장 깨자는 마음으로 포항행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포항을 6개월 동안 두 번을 다녀왔을 정도로 제게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운 도시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바다 그리고 어촌 마을 특유의 아기자기한 풍경까지. 다양한 색깔의 매력이 있는 도시였거든요. 심지어 버스도 잘 발달되어 있어 뚜벅이 여행 난이도 하에 해당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런 곳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욕심이 그득그득하겠죠? 그래서 이렇게 공유합니다.
바다는 분명 어떠한 틀도 없이 지구를 감싸는 하나의 일렁이는 존재라는데 왜 볼 때마다 다를까?

과학적인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신기하다는 생각은 포항에서 자주 튀어 올랐습니다. 포항에서 제대로 본 바다는 호미곶 일대와 송정 해수욕장 그리고 영일대 일대 총 세 곳의 바다인데, 모든 바다를 볼 때마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바다를 본 것처럼 "우와..." 감탄했습니다.
가장 티 없이 맑은 바다는 '영일대 해수욕장'이었습니다. 포항 여행에서 처음 본 바다였는데 바다가 '오호! 너 포항이 처음이란 말이지?' 어깨 뽕 잔뜩 올리며 뽐내는 풍경이었습니다. 위풍당당하면서도 그 모습이 귀엽다고 느낀 건 색감 때문이었어요. 초록색과 파란색을 섞어 그러데이션을 펼친 바다 위에 쨍한 하늘색, 마치 믹서기에 갈아 버린 것처럼 고운 모래가 만드는 일관된 상아색, 그 위에 놓인 노랗고 빨간 텐트. 우연의 조합이라기에는 너무 완벽했습니다.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돌계단에 앉아 이십 분을 더 바라보고 다시 걸었습니다.
신
신기한 건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영일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 색도 배경이 주는 분위기도 확연히 달랐습니다. 오전 일찍 아침 산책 겸 갔던 영일대 바다는 뒤로 보이는 제철소와 어우러져 깊은 웅장함을 만들었어요. 가만히 바다의 생명감 넘치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니 살짝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실제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 살짝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그러다가도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금세 눈부신 바다로 표정을 바꿉니다. 어릴 적 곧잘 쓰던 반짝이풀을 바다 위에 바른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반짝이풀을 바른 채로 도시 안으로 파도를 보내는 바다의 움직임이 영일대를 뛰고 걷는 사람들처럼 부지런합니다.
영일대 바다는 이렇게 고개만 돌려도 양극의 바다를 모두 담을 수 있어 한 번에 여러 여행지를 즐긴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가능하다면 다양한 시간대와 날씨에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지런히 찾아갈수록 영일대 바다의 더 많은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
포항의 랜드마크 속 초록 세상

제철소에서 초록빛을 그것도 이렇게 평화로운 초록빛을 보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포스코 제철소 투어를 사전 신청해 웰컴센터를 방문했는데 입구에 제철소 방문객과 직원만 지나가는 숲길이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에서나 볼 수 있는 초록빛 터널이 제철소 안에 있다니요. 차가 거의 드나들지 않아 본연의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었는데 아스팔트 도로 위에 그려진 그림자까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알고 보니 포스코는 나무를 많이 심는 제철소로 알려져 있다고 해요).
포스코에서는 버스투어로 제철소를 둘러볼 수 있는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포스코1538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인기가 많아 원하는 날짜가 있다면 가급적 빠른 예약을 권장합니다. |
뚜벅뚜벅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포항
포
포항 마을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느 마을을 그리든 색채도 선도 엉켜있을 거예요. 꽤나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는데 또 그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복잡함 속에서 통일성을 찾은 게 특징이에요.
바다를 곁에 둔 어촌마을과 시내 그리고 산을 곁에 둔 마을도 대강 보기에는 다르지만, 불규칙 속 아기자기한 모습이 동일합니다. 덕분에 뚜벅이 여행을 하면서 특정 여행지를 가지 않아도 걷는 시간 자체가 큰 볼 거리였습니다. 하나의 스토리가 담긴 동화책을 보는 기분이었거든요. 일관된 그림체는 포항 여행을 한편의 동화책으로 만들었습니다.


호미곶의 개와 늑대의 시간
보통 상생의 손을 보기 위해 호미곶을 갑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 실제로 보는 순간, 목적의식만이 있던 마음이 싹 변했습니다. 은은하게 분홍빛이 보이는 바다는 저녁은 아직 이르다며 붙잡고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일몰 시각이 삼십 분쯤 남았던 호미곶 바다. 이걸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하는 걸까요?


낮에 삽십일도의 땡볕이었는데 단숨에 겨울 날씨로 변해버린 추위에 헛웃음이 났지만 "와 추워 얼어 죽는 거 아냐?" 반팔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와중에도 바다를 삽십 분 동안 보고 간 건 호미곶 바다의 옅은 분홍 이내 황금색이 되는 일몰 덕분입니다. 그렇게 포항 바다의 얼굴이 개인지 정확히 셀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호미곶에서 찍을 수 있는 이색 인증샷! 피터팬의 후크선장이 된 것 같은 사진도 남겨보세요 |

국내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독 많은 색을 간직한 도시가 있습니다. 포항이 그랬습니다. 간판 지붕 자연의 산물들이 한데 섞여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도시였습니다. 그 풍경은 방방 뛰는 기분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이 없다는 건 화장품뿐만 아니라, 포항에도 해당되는 말이었을까요. 유치원을 다니던 꼬꼬마 시절에 매일같이 쓰던 사십팔색 크레파스보다도 더 많은 색을 경험했던 다채로운 도시였습니다.

기획·취재: 뚜벅이는 윤슬 / 트리퍼
사진·자료: 뚜벅이는 윤슬
걸을수록 보이는 것들 - 포항 뚜벅이 여행
제게 포항은 직접 가보기 전/후의 감상이 가장 많이 바뀐 도시 중 하나입니다. 당연히 뚜벅이 여행으로 다니기 어려운 도시인 줄 알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목포에 대해 막연한 거리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리적으로 제 생활권과 정반대고 주변에 가본 지인도 없었거든요. 그런 와중에 KTX 노선도에 포항이 있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지도상에 포항이 생각보다 큰 도시로 표기되어 있더라고요. 가보지 않은 곳을 도장 깨자는 마음으로 포항행 기차표를 예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포항을 6개월 동안 두 번을 다녀왔을 정도로 제게 심리적 거리감이 가까운 도시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바다 그리고 어촌 마을 특유의 아기자기한 풍경까지. 다양한 색깔의 매력이 있는 도시였거든요. 심지어 버스도 잘 발달되어 있어 뚜벅이 여행 난이도 하에 해당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런 곳을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욕심이 그득그득하겠죠? 그래서 이렇게 공유합니다.
바다는 분명 어떠한 틀도 없이 지구를 감싸는 하나의 일렁이는 존재라는데 왜 볼 때마다 다를까?
과학적인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신기하다는 생각은 포항에서 자주 튀어 올랐습니다. 포항에서 제대로 본 바다는 호미곶 일대와 송정 해수욕장 그리고 영일대 일대 총 세 곳의 바다인데, 모든 바다를 볼 때마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 바다를 본 것처럼 "우와..." 감탄했습니다.
가장 티 없이 맑은 바다는 '영일대 해수욕장'이었습니다. 포항 여행에서 처음 본 바다였는데 바다가 '오호! 너 포항이 처음이란 말이지?' 어깨 뽕 잔뜩 올리며 뽐내는 풍경이었습니다. 위풍당당하면서도 그 모습이 귀엽다고 느낀 건 색감 때문이었어요. 초록색과 파란색을 섞어 그러데이션을 펼친 바다 위에 쨍한 하늘색, 마치 믹서기에 갈아 버린 것처럼 고운 모래가 만드는 일관된 상아색, 그 위에 놓인 노랗고 빨간 텐트. 우연의 조합이라기에는 너무 완벽했습니다.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돌계단에 앉아 이십 분을 더 바라보고 다시 걸었습니다.
신기한 건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영일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는 그 색도 배경이 주는 분위기도 확연히 달랐습니다. 오전 일찍 아침 산책 겸 갔던 영일대 바다는 뒤로 보이는 제철소와 어우러져 깊은 웅장함을 만들었어요. 가만히 바다의 생명감 넘치는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니 살짝 무섭기까지 했습니다. 실제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걸 인지한 순간부터 살짝 무섭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다가도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면 금세 눈부신 바다로 표정을 바꿉니다. 어릴 적 곧잘 쓰던 반짝이풀을 바다 위에 바른 것 같은 풍경이었어요. 반짝이풀을 바른 채로 도시 안으로 파도를 보내는 바다의 움직임이 영일대를 뛰고 걷는 사람들처럼 부지런합니다.
포항의 랜드마크 속 초록 세상
제철소에서 초록빛을 그것도 이렇게 평화로운 초록빛을 보게 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요? 포스코 제철소 투어를 사전 신청해 웰컴센터를 방문했는데 입구에 제철소 방문객과 직원만 지나가는 숲길이 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서울 근교 드라이브 코스에서나 볼 수 있는 초록빛 터널이 제철소 안에 있다니요. 차가 거의 드나들지 않아 본연의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었는데 아스팔트 도로 위에 그려진 그림자까지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알고 보니 포스코는 나무를 많이 심는 제철소로 알려져 있다고 해요).
뚜벅뚜벅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포항
포항 마을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어느 마을을 그리든 색채도 선도 엉켜있을 거예요. 꽤나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 있는데 또 그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복잡함 속에서 통일성을 찾은 게 특징이에요.
바다를 곁에 둔 어촌마을과 시내 그리고 산을 곁에 둔 마을도 대강 보기에는 다르지만, 불규칙 속 아기자기한 모습이 동일합니다. 덕분에 뚜벅이 여행을 하면서 특정 여행지를 가지 않아도 걷는 시간 자체가 큰 볼 거리였습니다. 하나의 스토리가 담긴 동화책을 보는 기분이었거든요. 일관된 그림체는 포항 여행을 한편의 동화책으로 만들었습니다.
호미곶의 개와 늑대의 시간
보통 상생의 손을 보기 위해 호미곶을 갑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 실제로 보는 순간, 목적의식만이 있던 마음이 싹 변했습니다. 은은하게 분홍빛이 보이는 바다는 저녁은 아직 이르다며 붙잡고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일몰 시각이 삼십 분쯤 남았던 호미곶 바다. 이걸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하는 걸까요?
낮에 삽십일도의 땡볕이었는데 단숨에 겨울 날씨로 변해버린 추위에 헛웃음이 났지만 "와 추워 얼어 죽는 거 아냐?" 반팔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와중에도 바다를 삽십 분 동안 보고 간 건 호미곶 바다의 옅은 분홍 이내 황금색이 되는 일몰 덕분입니다. 그렇게 포항 바다의 얼굴이 개인지 정확히 셀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며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국내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독 많은 색을 간직한 도시가 있습니다. 포항이 그랬습니다. 간판 지붕 자연의 산물들이 한데 섞여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도시였습니다. 그 풍경은 방방 뛰는 기분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색이 없다는 건 화장품뿐만 아니라, 포항에도 해당되는 말이었을까요. 유치원을 다니던 꼬꼬마 시절에 매일같이 쓰던 사십팔색 크레파스보다도 더 많은 색을 경험했던 다채로운 도시였습니다.
기획·취재: 뚜벅이는 윤슬 / 트리퍼
사진·자료: 뚜벅이는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