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수록 보이는 것들 - 조계산 단풍 트레킹

밖을 나설 때 ‘와, 춥다’ 생각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가을이 빠르게 절정에 다가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뚜벅이 여행도 부지런히 다녀야 하겠습니다. 가을 여행에서 뺄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단연 ‘단풍 그리고 은행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가을, 어디로 단풍 그리고 은행나무를 보러 떠나실 예정인가요?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재작년 단풍&은행나무 여행을 공유합니다.

서울에서 무려 당일치기로 다녀온 곳, 바로 '순천'입니다. 어떻게 서울에서 거의 극과 극인 순천까지 당일치기를? 그것도 뚜벅이 여행자가?
꼭 이번 가을 여행이 아니더라도, 뚜벅이 여행으로 찾아갈 자신은 없지만 꼭 한번 여행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버스투어를 진행하는 여행사를 찾아보세요. 특히 가을은 국내여행 수요가 급등하는 시즌이기 때문에 국내여행 전문 여행사들이 여러 지역을 상품으로 내놓습니다. 트레킹 ・ 마을 투어 등 테마도 다양해 취향에 맞게 바다로 산으로 섬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제가 버스투어로 다녀온 여행은 '조계산 단풍 트레킹'입니다. 마침 트레킹을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었고 평소 보고 싶었던 선암사를 비롯해 송광사까지 두 사찰을 모두 볼 수 있는 구성이라 냉큼 결제했어요. 또 이번에 다녀온 여행 상품이 왕복 버스만 제공할 뿐, 트레킹도 사찰 구경도 오롯이 혼자 할 수 있어 평소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ㅣ버스투어 이용 시 참고 Tip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대다수의 버스 출발지가 광화문역 혹은 잠실역입니다. 이른 아침에 버스 승차 위치까지 갈 수 있는지 미리 체크 후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

가장 먼저 간 곳은 선암사였는데요. 선암사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고, 홍매화 ・ 해우소 등 유명한 요소도 여러 개 있는 사찰입니다. 무소유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법정 스님께서 사랑했던 사찰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TV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등장했던 사찰이기도 하지요.

이름만 들어본 장소를 실제로 가는 일은 언제나 설렙니다. 시원한 계곡 소리와 함께 각자의 색을 밝히는 나무들을 따라 걷는 길을 선암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습니다. 순천을 나름 많이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을 또 발견합니다. 이래서 가봤다고 그 지역을 다 아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단아한 멋이 있는 선암사는 골목길을 이곳저곳 여행하는 것처럼 길이 난 곳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느 길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사찰 뒤로 펼쳐지는 산을 바라볼 때 가장 가을스럽습니다. 꼭 형형색색 물방울무늬 옷을 입은 것 같았거든요. 산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가을이 되면 선암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 되는 은행나무로 향했습니다.

선암사 은행나무는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거대합니다. 나무 기둥의 두께가 사람 두세 명은 껴안아야 할 정도이니까요. 그 위로 뻗은 나무에 달리는 은행잎은 당연히 보통이 아니겠죠? 은행잎이 바닥을 노랗게 물들였는데도 아직 한창 매달려 있는 은행나무가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합니다.

선암사의 명물인 '뒷간'도 놓치지 않고 구경했어요. 뒷간은 선암사의 해우소로, 화장실입니다. 자연적으로 통풍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그 멋과 기능을 인정받았습니다.

무려 선암사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라니. 고양이도 전생에 스님이었던 걸까요?

두 사찰을 잇는 트레킹 코스의 이름은 ‘천년불심길’입니다. 과거에 스님들께서 수행하면서 걸었던 길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트레킹은 선암사를 다 보고 사찰 옆 숲길로 진입하면 시작됩니다. 그리고 고개를 두 번 넘으면 송광사에 도착! 트레킹 구간은 총 12km로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약 세 시간 반 동안 경험하게 됩니다.
뚜벅이 여행 Tip 단풍 시즌에는 산길에 단풍이 수북해 길이 미끄럽고 땅의 깊이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발목보호대와 등산화를 지참하면 좀더 안전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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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초입을 짧게 표현하자면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단풍 숲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올 것 같은 편백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이런 식으로 풍경이 계속 달라져 마치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어요. 몇 걸음씩 걸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헤헤 웃으며 모험가가 된 기분을 한껏 느끼다 보면 진짜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조계산 천년불심길 난이도는 여행사 기준으로 중이나 등산이 익숙지 않다면 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트레킹치고 무릎을 부지런히 쓰게 하는 코스이기 때문입니다. 설악산 울산바위 정도의 난이도라고 하면 가장 흡사합니다.
그럼에도 단풍이라는 친구가 있어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풍 트레킹을 신청한 의미가 차고 넘칠 정도로 때로는 빨갛고 때로는 주황빛인 나뭇잎들을 실컷 볼 수 있었거든요. 내년 단풍까지 당겨 본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조계산 천년불심길 트레킹은 단풍 여행에 대한 갈증을 단번에 끝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중간에는 조계산 등산객들에게도 인기인 유명 보리밥집이 있습니다. 조계산을 넘는 많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 보리밥을 먹기 위해 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인데요. 위치 선정도 적절한 게 딱 고개 하나를 넘으면 보리밥집이다. 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점심시간에 도착하기 좋습니다.

맛
고추장 팍팍 넣어 비벼 먹는 보리밥 한 공기 뚝딱했답니다! 여기에서 팁 하나를 더하자면 가마솥에서 연기 풀풀 나게 끓고 있는 숭늉을 꼭 맛보고 나오세요. 평소 솥밥 먹을 때도 물은 잘 부어 먹지 않는 저도 맛있게 호로록하고 두 번째 고개를 넘었습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다른 세상으로 가는 터널 같았던 단풍 고개를 마저 넘으면 12km 트레킹은 끝이 납니다. 뿌듯함을 안고 몇 걸음을 걸으면 사찰의 어느 건물이 나타납니다. 송광사입니다.

선암사를 보고 왔기 때문에 송광사를 선암사와 연결 지어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선암사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멋이 있다면, 송광사는 선암사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멋이 있기 때문입니다. 송광사는 각 전각의 색의 채도가 높고 선이 많습니다. 실제로 송광사 대웅보전의 채색은 건축학적으로도 관심 가질만한 독특함이 있다고 안내문에 쓰여 있기도 해요.

송광사도 선암사 못지않게 큰 사찰이라 구석구석 돌아다닐 곳이 많습니다. 특히 경내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모양새는 꼭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그림 나무 같아요.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송광사 풍경 TOP2 중 하나가 바로 사진과 같은 풍경이에요. 연못 건너로 보이는 송광사 입구가 울긋불긋 단풍 지붕 아래 펼쳐지고 그 아래에 알록달록 옷을 입은 관광객들이 있는 모습이 동화 같았어요.

뜻밖의 발견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계곡이 완주를 축하해 줄지 트레킹 내내 몰랐거든요. 순천에 이렇게 계곡이 멋진 사찰이 있다니 내적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누각에 한참을 앉아 물멍 타임을 가졌지요.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시간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누각 위에서 시간을 훌쩍 보내 후다닥 가방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한 TOP2 풍경 중 또 하나의 풍경, 바로 위 사진입니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공유합니다.


여행지 몇 곳을 더 다녀왔다고 해서 순천을 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분명 순천에는 제가 모르는 공간이 훨씬 많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순천을 알게 되어 충분히 의미 있는 당일치기 여행이었어요. 집에 와서 '순천에 선암사랑 송광사가 있는데 풍경이 정말 예쁘더라. 나중에 같이 가 보자' 말할 수 있게 됐고, 누군가 단풍 여행지를 물어볼 때 떠올리지도 못했던 조계산을 말할 수 있게 됐으니 제가 아는 세상이 더 넓어졌다고는 말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 해의 가을 여행은 더 이상 미련이 없을 정도로 모든 걸 다 봤던 여행이었습니다.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했던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올가을, 여러분께도 그런 시간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평소 대중교통으로 가기에 난이도가 있어 가지 못했던 곳이라면 이렇게 버스투어를 활용해 도전해 보세요!
걸을수록 보이는 것들 - 조계산 단풍 트레킹
밖을 나설 때 ‘와, 춥다’ 생각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가을이 빠르게 절정에 다가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뚜벅이 여행도 부지런히 다녀야 하겠습니다. 가을 여행에서 뺄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단연 ‘단풍 그리고 은행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가을, 어디로 단풍 그리고 은행나무를 보러 떠나실 예정인가요? 아직 결정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재작년 단풍&은행나무 여행을 공유합니다.
서울에서 무려 당일치기로 다녀온 곳, 바로 '순천'입니다. 어떻게 서울에서 거의 극과 극인 순천까지 당일치기를? 그것도 뚜벅이 여행자가?
꼭 이번 가을 여행이 아니더라도, 뚜벅이 여행으로 찾아갈 자신은 없지만 꼭 한번 여행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버스투어를 진행하는 여행사를 찾아보세요. 특히 가을은 국내여행 수요가 급등하는 시즌이기 때문에 국내여행 전문 여행사들이 여러 지역을 상품으로 내놓습니다. 트레킹 ・ 마을 투어 등 테마도 다양해 취향에 맞게 바다로 산으로 섬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제가 버스투어로 다녀온 여행은 '조계산 단풍 트레킹'입니다. 마침 트레킹을 제대로 경험해 보고 싶었고 평소 보고 싶었던 선암사를 비롯해 송광사까지 두 사찰을 모두 볼 수 있는 구성이라 냉큼 결제했어요. 또 이번에 다녀온 여행 상품이 왕복 버스만 제공할 뿐, 트레킹도 사찰 구경도 오롯이 혼자 할 수 있어 평소처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대다수의 버스 출발지가 광화문역 혹은 잠실역입니다. 이른 아침에 버스 승차 위치까지 갈 수 있는지 미리 체크 후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선암사였는데요. 선암사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고, 홍매화 ・ 해우소 등 유명한 요소도 여러 개 있는 사찰입니다. 무소유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법정 스님께서 사랑했던 사찰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TV프로그램 <알쓸신잡>에 등장했던 사찰이기도 하지요.
이름만 들어본 장소를 실제로 가는 일은 언제나 설렙니다. 시원한 계곡 소리와 함께 각자의 색을 밝히는 나무들을 따라 걷는 길을 선암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습니다. 순천을 나름 많이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귀와 눈을 즐겁게 하는 풍경을 또 발견합니다. 이래서 가봤다고 그 지역을 다 아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단아한 멋이 있는 선암사는 골목길을 이곳저곳 여행하는 것처럼 길이 난 곳을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느 길에서 바라보냐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사찰 뒤로 펼쳐지는 산을 바라볼 때 가장 가을스럽습니다. 꼭 형형색색 물방울무늬 옷을 입은 것 같았거든요. 산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가을이 되면 선암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 되는 은행나무로 향했습니다.
선암사 은행나무는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거대합니다. 나무 기둥의 두께가 사람 두세 명은 껴안아야 할 정도이니까요. 그 위로 뻗은 나무에 달리는 은행잎은 당연히 보통이 아니겠죠? 은행잎이 바닥을 노랗게 물들였는데도 아직 한창 매달려 있는 은행나무가 카메라 셔터를 계속 누르게 합니다.
선암사의 명물인 '뒷간'도 놓치지 않고 구경했어요. 뒷간은 선암사의 해우소로, 화장실입니다. 자연적으로 통풍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 그 멋과 기능을 인정받았습니다.
무려 선암사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라니. 고양이도 전생에 스님이었던 걸까요?
두 사찰을 잇는 트레킹 코스의 이름은 ‘천년불심길’입니다. 과거에 스님들께서 수행하면서 걸었던 길이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트레킹은 선암사를 다 보고 사찰 옆 숲길로 진입하면 시작됩니다. 그리고 고개를 두 번 넘으면 송광사에 도착! 트레킹 구간은 총 12km로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약 세 시간 반 동안 경험하게 됩니다.
단풍 시즌에는 산길에 단풍이 수북해 길이 미끄럽고 땅의 깊이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발목보호대와 등산화를 지참하면 좀더 안전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코스 초입을 짧게 표현하자면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단풍 숲을 가로질러 걷다 보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올 것 같은 편백나무 숲이 나타납니다. 이런 식으로 풍경이 계속 달라져 마치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어요. 몇 걸음씩 걸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헤헤 웃으며 모험가가 된 기분을 한껏 느끼다 보면 진짜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조계산 천년불심길 난이도는 여행사 기준으로 중이나 등산이 익숙지 않다면 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트레킹치고 무릎을 부지런히 쓰게 하는 코스이기 때문입니다. 설악산 울산바위 정도의 난이도라고 하면 가장 흡사합니다.
그럼에도 단풍이라는 친구가 있어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풍 트레킹을 신청한 의미가 차고 넘칠 정도로 때로는 빨갛고 때로는 주황빛인 나뭇잎들을 실컷 볼 수 있었거든요. 내년 단풍까지 당겨 본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조계산 천년불심길 트레킹은 단풍 여행에 대한 갈증을 단번에 끝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중간에는 조계산 등산객들에게도 인기인 유명 보리밥집이 있습니다. 조계산을 넘는 많은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 보리밥을 먹기 위해 간다는 말도 있을 정도인데요. 위치 선정도 적절한 게 딱 고개 하나를 넘으면 보리밥집이다. 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점심시간에 도착하기 좋습니다.
고추장 팍팍 넣어 비벼 먹는 보리밥 한 공기 뚝딱했답니다! 여기에서 팁 하나를 더하자면 가마솥에서 연기 풀풀 나게 끓고 있는 숭늉을 꼭 맛보고 나오세요. 평소 솥밥 먹을 때도 물은 잘 부어 먹지 않는 저도 맛있게 호로록하고 두 번째 고개를 넘었습니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다른 세상으로 가는 터널 같았던 단풍 고개를 마저 넘으면 12km 트레킹은 끝이 납니다. 뿌듯함을 안고 몇 걸음을 걸으면 사찰의 어느 건물이 나타납니다. 송광사입니다.
선암사를 보고 왔기 때문에 송광사를 선암사와 연결 지어 보면 더 재미있습니다. 선암사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멋이 있다면, 송광사는 선암사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멋이 있기 때문입니다. 송광사는 각 전각의 색의 채도가 높고 선이 많습니다. 실제로 송광사 대웅보전의 채색은 건축학적으로도 관심 가질만한 독특함이 있다고 안내문에 쓰여 있기도 해요.
송광사도 선암사 못지않게 큰 사찰이라 구석구석 돌아다닐 곳이 많습니다. 특히 경내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모양새는 꼭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그림 나무 같아요. 말 그대로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송광사 풍경 TOP2 중 하나가 바로 사진과 같은 풍경이에요. 연못 건너로 보이는 송광사 입구가 울긋불긋 단풍 지붕 아래 펼쳐지고 그 아래에 알록달록 옷을 입은 관광객들이 있는 모습이 동화 같았어요.
뜻밖의 발견이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계곡이 완주를 축하해 줄지 트레킹 내내 몰랐거든요. 순천에 이렇게 계곡이 멋진 사찰이 있다니 내적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누각에 한참을 앉아 물멍 타임을 가졌지요.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 시간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누각 위에서 시간을 훌쩍 보내 후다닥 가방을 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한 TOP2 풍경 중 또 하나의 풍경, 바로 위 사진입니다.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공유합니다.
여행지 몇 곳을 더 다녀왔다고 해서 순천을 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분명 순천에는 제가 모르는 공간이 훨씬 많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전보다 더 많은 순천을 알게 되어 충분히 의미 있는 당일치기 여행이었어요. 집에 와서 '순천에 선암사랑 송광사가 있는데 풍경이 정말 예쁘더라. 나중에 같이 가 보자' 말할 수 있게 됐고, 누군가 단풍 여행지를 물어볼 때 떠올리지도 못했던 조계산을 말할 수 있게 됐으니 제가 아는 세상이 더 넓어졌다고는 말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 해의 가을 여행은 더 이상 미련이 없을 정도로 모든 걸 다 봤던 여행이었습니다. 가야지- 가야지- 생각만 했던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많은 것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올가을, 여러분께도 그런 시간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평소 대중교통으로 가기에 난이도가 있어 가지 못했던 곳이라면 이렇게 버스투어를 활용해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