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억과 취향에 빠져보는 시간
마지막으로 연필을 써본 적이 언제일까? 꽤 오래된 기분이야. 많은 것이 디지털화된 지금, 연필보다 편리한 샤프, 펜, 더 나아가 테블릿피씨의 펜슬까지. 그런데도 여기 연필만을 고집하고 판매하는 곳이 있다고 해. 연남동에서 건물 앞에 '연필'이라는 두 글자의 간판이 보인다면 그대로 3층으로 올라서면 돼. 원목의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오는 곳이 바로 이곳이지! 빽빽하게 연필이 수집되어 있는 걸 보면 마치 다른 세상에 와있는 듯해.
연필의 신비한 매력
16세기에 만들어진 연필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아? 회화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료라고 해. 지극히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이면서도 우주에서도 쓸 수 있다고 해.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아서 물속에서도 쓸 수 있다지! 펜이나 샤프로 썼던 것과 연필로 썼던 걸 오랜 시간이 흘러 비교해 보면 연필은 지워지지 않고 고스란히 적혀있다고 해.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
몽당연필을 들고 가면 새 연필로 바꿔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 (7cm 이하의 몽당연필만 교환 가능) 새로운 시작은 연필로 시작하라는 이곳의 메시지인 거같아. 또한 이 수많은 연필 중에 자신만의 연필을 만나기 위해 직접 시필할 수 있게 종이와 연필깎이가 준비되어 있으니 다들 한 번씩 꼭 써봐! 마음에 쏙 드는 것을 골랐다면 이제 나만의 각인을 할 차례. 하나뿐인 연필로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는 거야.
감각으로 느끼는 공간
'뭉툭해진 연필을 깎아서 날카롭게 만들기' 이 행위가 간단하지만, 꽤 수고스러운 일이기도 해. 생각해 보면, 연필을 깎으면서 나는 나무의 냄새, 처음 깎고서 쓰는 기분 좋은 사각사각하는 소리, 쓰면 쓸수록 뭉툭해진 연필을 보며 성실한 나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는 매개체인 거 같아. 그야말로 청각, 시각, 후각을 다 동반하지! 그만큼 감각을 사용하니 글을 쓸 때 괜스레 더 감각적으로 변하는 건 기분 탓일까?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는 서정적인 무드에 글도 왠지 더 서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거 같아.
펜은 멈추기도 쉽지 않고 지우기도 쉽지 않지만 연필의 가장 큰 매력,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려는 나에게 연필만큼 좋은 재료가 있을까? 종이의 질감과 연필의 사각거림으로 나의 꿈을 펼쳐 나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