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목욕탕 건물의 발견
마하 한남을 찾아 처음 계단을 오르던 순간, 도시의 오래된 질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복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한남과 용산의 언덕 사이, 폐업한 목욕탕 건물 위 4층. 건축가가 두 해 동안 찾아 헤매던 ‘가능성이 있는 자리’가 바로 이곳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낡은 동네, 기와가 남은 오래된 건물, 그리고 건물과 나란히 흐르는 한강. 조건만 놓고 보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건축가는 그 한적함과 빈틈 속에서 새로운 공간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사무실과 건축서재, 누구든 쉬어갈 수 있는 카페가 공존하는 지금의 마하 한남입니다. 계단을 오를수록 한층씩 분위기가 달라지고, 마지막 층에서 문이 열리는 순간 조용히 펼쳐지는 한강의 창이 이곳의 첫인상을 완성합니다.


카페 그리고 집보다 단정한
마하 한남의 내부는 ‘거주지에 가까운 카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실제 거주 공간을 리모델링한 구조여서 방과 방을 옮겨 다니는 동안 집 같은 온기가 흐르지만, 곳곳에 배치된 하이엔드 가구와 건축적 디테일은 또 다른 차원의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아늑한 우드 톤, 거대한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한강뷰, 작은 방 속에 남아 있는 목욕탕 흔적들까지—공간이 가진 서사가 손님에게 그대로 흘러들어옵니다.
커피는 모두 모카포트로 내려 깊고 단단한 향을 유지하며, 저녁 시간에는 위스키·논알콜 포함 주류 메뉴가 중심이 됩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밤 12시까지 운영되며, 9시 이후에는 주류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조용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노키즈·노펫’ 정책을 유지하는 점도 이 공간이 추구하는 무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편안함과 세련됨 사이에서 완성된 이 분위기는 마하 한남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목적 '좋은 시간을 만드는 것'
건축가가 마하 한남을 소개하며 가장 강조한 말은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일을 도모하는 곳’이라는 문장이었습니다. 단순히 예쁜 카페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평가받지 않은 거리와 오래된 건물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은 누군가에게는 커피 한 잔의 휴식처이고, 누군가에게는 저녁의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이며, 누군가에게는 건축가의 서재를 경험하는 특별한 공간이 됩니다.
한강이 보이는 방에서 책을 읽거나, 테라스에 나가 바람을 맞거나, 깊은 우드 톤의 가구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곳이 왜 선택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됩니다. 마하 한남은 화려한 디자인보다 장소가 가진 시간과 분위기를 소중하게 이어가는 공간이며, 그래서 더욱 오래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