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감상’은 인문과 문학 중심의 독립서점입니다. 매주 고전읽기·책바꿔읽기·필사·글쓰기 모임이 열리며, 책과 사람, 그리고 대화가 하나의 리추얼이 되는 공간입니다.
서울책방
고전읽기모임
우연과감상
함께 읽고, 다르게 느끼는 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나를 바꿔놓은 한 권’을 만난 적이 있을 거예요. ‘우연과감상’은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한 공간입니다. 광진구 아차산역 근처의 조용한 골목, 하얀 간판 아래 작은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문을 열면 서가 사이로 은은한 음악과 커피 향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우연과 상상〉에서 따왔다고 해요.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자신에게 꼭 맞는 책을 만나는 순간”을 담고 싶었다는 책방지기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인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으로 이어지는 대화들
‘우연과감상’은 단순히 책을 파는 서점이 아닙니다. 매주 열리는 고전읽기 모임과 책바꿔읽기 모임은 책 한 권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사유와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에요. 같은 문장을 읽고도 전혀 다른 감상을 이야기할 때, 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는 걸 느낍니다. 그 외에도 필사모임, 글쓰기 모임 등 다양한 리추얼이 이어집니다. 책을 다 읽고 ‘닫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더해 ‘열어가는’ 방식으로요. 책방의 큐레이션은 화려한 신간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책들로 채워집니다. “어디선가 본 적 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이곳에서는 다시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책장 사이에 손글씨로 적힌 추천 카드와 짧은 메모들이 남겨져 있어, 우연히 책을 집어 드는 행위마저 하나의 대화처럼 느껴집니다.
밤이 내려앉는 서재의 온도
공간은 두 개의 서재로 나뉩니다. 바깥은 밝고 정돈된 서가가, 안쪽은 어둑한 조명 아래 깊은 사색이 머무는 자리입니다. 낮에는 카페처럼 머물다 책을 읽고, 밤이 되면 조용히 조명을 낮춰 사색의 시간으로 변합니다. 책방지기는 이 공간을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는 마음의 구조’라고 말합니다. 바깥의 질서 속에서 책을 고르고, 안쪽의 어둠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 그 균형이 ‘우연과감상’의 온도를 완성합니다. 책방의 밤은 유난히 느립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필사를 하고, 누군가는 커피 한 잔과 함께 문장을 곱씹습니다. 대화는 길지 않지만, 여운은 오래 남습니다. 그 순간, 책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이 되고, 읽는 행위는 하나의 ‘리추얼’이 됩니다.
책과 거리가 멀던 젊은 시절,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독서를 시작했던 이공계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가 독서 모임을 통해 책의 세계를 다시 배우고, 결국 자신의 책방을 연 이야기가 바로 이곳의 시작이에요. ‘우연과감상’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책이 한 사람을 바꾼 경험이, 이제는 다른 이들의 일상 속에서 또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의 독서는 습관이 아니라 감정의 회복이고, 하루의 끝에 자신을 다시 채우는 조용한 의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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