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시절 감각이 되살아나다
아트포레스트 상가의 작은 입구를 지나면, 세상은 곧바로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량오락실의 문을 열면 들려오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동전을 넣는 “딸깍” 소리, 오락기에서 흘러나오는 배경 음악, 화면을 가득 채운 픽셀 그래픽이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철권, 버추어 파이터, 보글보글, 동물철권 같은 클래식 타이틀은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반가운 이름이다. 최신식 오락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박함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게임 한 판이 200원”이라는 가격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어릴 적 동네 오락실에서 한참을 보내던 기억이 있는 이들에게는 추억이,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신기한 경험이 되는 공간이다.
허름한 오락실, 그러나 가장 솔직한 놀이터
청량오락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꾸밈없음’이다.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대형 스크린은 없지만, 그 자리를 대신하는 건 55대의 오락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다. 주말이면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붐비는데, 그 안에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좇는 30~40대와 새로운 경험을 찾는 20대, 그리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까지 뒤섞여 있다. DDR 기계 앞에서 땀을 흘리며 스텝을 밟는 사람, 타임크라이시스 총을 손에 쥐고 몰입하는 사람, 보글보글 속 귀여운 캐릭터에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까지—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같은 순간을 공유한다. 청량오락실은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공간을 넘어, 누구나 거리낌 없이 어울리고 몰입할 수 있는 도시 속 놀이터로 기능한다. 허름한 외관은 오히려 “이곳만의 진짜 매력”으로 받아들여지고, 투박한 기계음과 함께하는 시간은 화려한 대형 오락실보다 훨씬 진하게 남는다.
게임 후 사진 한장, 그리고 또 다른 추억
이곳에서의 시간여행은 게임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청량오락실 옆에는 ‘청량사진관’이 자리해 있어, 방금 전의 즐거움을 곧장 기록할 수 있다. 2천 원이면 찍을 수 있는 스티커 사진기는 흔한 인생네컷 부스와는 다른 색감과 감성을 담아내어, 결과물을 손에 쥐는 순간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한다. 항공샷 촬영이 가능한 시스템은 더욱 유니크한 사진을 남길 수 있게 해, “게임 후에 사진 한 장”이라는 의례가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이 모든 경험 뒤에는 청량오락실의 운영자 이청량 사장의 손길이 있다. 그는 직접 게임을 소개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공간을 단순한 추억 소비의 장이 아닌 지금도 살아 있는 커뮤니티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래서 청량오락실은 단순히 옛 감성을 복원하는 곳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현재형 레트로 놀이터로 자리매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