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에 피어난 새로운 기운
부산 중앙동의 오래된 골목에 들어서면, 낯설지만 단정한 적벽돌 건물이 하나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연경재입니다. 건물 전면을 비워낸 독특한 파사드는 마치 청자와 백자의 곡선을 닮아 있어 지나가는 이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습니다. 낮에는 햇살이 적벽돌 틈새를 타고 실내로 흘러들고, 저녁이면 따뜻한 빛이 골목을 환하게 밝히며 구도심의 표정을 바꿔 놓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과거와 현재를 통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처럼, 연경재는 도심 속에서 이어짐의 미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건축이 담아낸 시간의 결
연경재는 50평 남짓한 대지에 4층 규모로 세워졌지만, 한옥 정원의 여백과 서양 건축의 개방감을 함께 담아낸 점이 돋보입니다. 2층과 3층은 과거 적산가옥에서 가져온 목재를 기둥으로 재활용해, 오래된 시간의 결을 새 공간에 녹여냈습니다. 남향으로 길게 트인 창가에 앉으면 따스한 햇살과 계절마다 변하는 풍경이 시선을 머물게 하지요. 봄에는 하얀 이팝나무 꽃, 가을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창가를 수놓으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선물합니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지만 같은’ 공간의 변주 속에서 커피 한 잔은 그저 음료가 아닌 깊은 사색의 동반자가 됩니다.
커피와 디저트가 완성하는 작은 행복
연경재에서 가장 사랑받는 건축적 매력만큼 특별한 건, 직접 만든 디저트들입니다. 특히 백자 달항아리와 장독은 이곳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 귀여운 항아리 모양으로 탄생한 달항아리 디저트는 이름 그대로 연경재의 상징을 닮아 있어 보는 순간 미소를 짓게 합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무스와 크림이 겹겹이 어우러져, 한 숟갈 뜨는 순간 은은한 고백처럼 퍼지지요. 초콜릿 껍질 속에 담긴 ‘장독’은 마치 작은 푸딩을 닮아, 달달한 한 모금의 휴식을 선물합니다. 여기에 전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1위 출신 바리스타가 내린 커피가 곁들여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과실향이 터지는 에스프레소부터 깊고 단정한 드립 커피까지, 디저트의 귀여운 비주얼과 커피의 진중한 맛이 만나 완벽한 균형을 이룹니다. 연경재에서의 시간은 결국 디저트와 커피가 함께 빚어내는, 부산 커피 문화의 정수를 경험하는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