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위에 핀 사찰, 남해를 품다
금산 정상 바로 아래, 커다란 암벽에 몸을 기댄 듯 자리한 보리암은 남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다. 사찰에 오르기 전, 멀리서도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그 모습이 시선을 붙든다. 눈앞에는 수평선이 길게 드리운 푸른 바다, 발아래에는 세월이 빚어낸 기암괴석과 고즈넉한 어촌마을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든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품 안에 있어 사계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 여름에는 바다와 숲이 푸르게 맞닿고, 가을에는 붉고 노란 단풍이 사찰을 감싼다. 절 마당에 서면 바람 속에 실린 바다 내음이 폐 깊숙이 스며들고,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이 그 자체로 명상처럼 다가온다.
숲길을 지나 만나는 해수관음상
보리암으로 향하는 길은 매표소에서 약 15~20분. 초입부터 짙은 녹음이 드리워진 숲길이 이어진다. 야자 매트와 데크길로 잘 정비되어 발걸음이 편하고, 길 곳곳에서 솔향과 흙냄새가 섞인 피톤치드 향이 은근히 풍긴다. 나무 사이로 비치는 바다빛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바다를 배경으로 선 해수관음상이 나타난다. 이 불상 앞은 늘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로 붐비는데, 태조 이성계가 백일기도를 드린 뒤 조선을 건국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험생 가족, 새로운 시작을 앞둔 이들, 그리고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으러 온 사람들까지… 해수관음상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멈춰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절벽 끝에서 담는 남해의 한 장면
보리암에 왔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사찰 입구 왼쪽 모서리에 서면, 발아래로 금산의 기암괴석이 길게 이어지고, 그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람이 불면 바다빛은 시시각각 변하고, 날씨가 맑은 날에는 먼 섬과 포구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이곳은 SNS 속 #보리암 태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생샷’ 포인트지만, 단순히 사진만이 전부는 아니다. 절벽 끝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면, 발끝에서부터 시야 끝까지 이어지는 드넓은 공간감에 온몸이 탁 트인다. 가을이면 절벽 아래로 단풍이 붉게 번지고, 바위와 바다, 사찰이 하나로 어우러져 한층 고즈넉한 풍경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