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끝에서 마주한 장군들의 회의장
배에서 내리자마자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백령도 북서쪽 끝, 바람과 파도가 10억 년 동안 깎아 만든 바위들이 장군들처럼 머리를 맞대고 서 있다.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두무진’이라는 이름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병풍처럼 늘어선 절벽 사이로 코끼리바위, 형제바위, 장군바위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하나하나가 진짜 작품 같다. 봄엔 절벽에 해국과 땅채송화가 화사하게 피고, 여름엔 바다색이 유난히 짙어진다. 계절 따라, 날씨 따라 표정이 바뀌는 곳이라 한 번으로는 절대 끝낼 수 없는 풍경이다.
두무진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유람선을 타고 절벽을 올려다보는 것. 물결 사이로 점박이물범이 고개를 내밀면, 그날의 여행은 이미 성공이다. 다른 하나는 두무진 포구에서 선대암까지 약 20분 걸리는 트레킹. 해안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위 단면 속 10억 년 전 바다의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물이 빠진 날이면 ‘용치’라는 방어 시설이 드러나,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든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두 코스를 모두 경험하면 왜 이곳이 ‘서해의 해금강’인지 단번에 알게 된다.
사진이 실물을 못 담아내는 풍경
맑은 날에는 북녘 장산곶까지 보이고, 흐린 날에는 회색 파도와 절벽이 한 폭의 수묵화를 만든다. 다녀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사진은 절대 못 담는다”라고 말한다. 여행 팁도 있다. 백령도는 군사지역이 많아 길을 잘못 들기 쉽다.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이용하면 더 편하다. 바닷바람이 세니 바람막이는 필수, 트레킹 땐 미끄럼 방지 신발이 안전하다. 돌아오는 배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서해 끝에서 마주했던 그 장면이 오래도록 선명하게 남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