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자리, 찻집이라는 작은 텐트
누구에게나 마음이 멈춰야 할 순간이 있다. 마포구 포은로의 ‘티노마드’는 그 마음을 조용히 받아주는 공간이다. 도자기와 예술을 이어온 ‘Nomad Arts & Crafts’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된 이곳은, 유목민처럼 떠돌다 잠시 쉬어가는 찻집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한 타임 1시간 30분,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입장이 가능한 이곳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쉼’만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찻잔 하나에 담긴 다정함, 기분 좋은 정적, 그리고 나직한 찻물의 소리. 티노마드에서는 그 모든 것이 휴식이 된다.
찻상 위의 사계절, 말차빙수와 다과의 조화
티노마드의 시그니처는 ‘2인 세트’다. 여름엔 말차빙수, 겨울엔 따뜻한 우려차가 그 자리를 채운다. 진하게 우러난 말차빙수는 고소하고 풍부한 뒷맛이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자색고구마떡과 인절미, 양갱, 화과자, 케이크까지 한 입 크기의 다과가 정갈하게 곁들여진다. 단순한 디저트가 아닌, 차와 조화를 이루는 ‘작은 의식’처럼 다가온다. 메뉴는 테이블 위 NFC 기기를 통해 주문되며, 디지털의 방식을 따르되 전통의 감각은 한결같이 유지된다. 느긋하게, 하지만 깊게. 티노마드의 메뉴는 속도보다 온도를 중요시한다.
이곳의 시간은 조금 다르게 흐른다
문이 닫힌 입구 앞에서 몇 분을 기다리며, 방문자들은 자연스레 ‘시간을 지키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이곳은 아무 때나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약속된 시간, 준비된 자리, 그리고 마주한 사람. 모든 요소가 겹쳐질 때 비로소 티노마드는 공간의 의미를 드러낸다. 함께 마신 차 한 잔을 기억하며, 기념 잔을 건네받는 따뜻한 마무리까지. 리뷰를 남긴 손님에게 작은 찻잔을 선물로 주는 배려는, 단지 ‘서비스’ 이상의 감동으로 남는다. 그래서일까. 티노마드를 다녀간 이들은 다음 약속을 더 오래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