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를 기다리는 공간, 시만차
‘빨리’에 지친 하루 속에서 잠시 멈추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강릉의 시만차는 그런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습니다”라는 말처럼, 이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초당옥수수의 달큰한 향기와 호지차의 구수함, 그리고 묵묵히 제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고요한 찻집이자, 트렌디한 디저트의 성지로 입소문 난 이곳은 어쩌면 강릉에서 가장 ‘느린 시간’이 머무는 곳일지도 모른다.
시그니처 메뉴의 힘 '차와 빙수'
시만차를 대표하는 초당옥수수빙수는 이름처럼 특별하다. 고운 우유 얼음 사이로 숨은 초당옥수수 알갱이, 바삭한 옥수수 플레이크, 은은한 연유의 단맛이 어우러져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그 옆, 또 하나의 시그니처는 ‘차’다. 호지차빙수를 비롯해 백차, 포레스트그린, 말차 등 유기농 찻잎을 정성껏 우려낸 다양한 메뉴는 ‘시만차’라는 이름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향과 기운이 살아 있는 찻잔 하나에도, 이 공간이 걸어온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웨이팅도 경험이 되는 곳
시만차를 찾은 여행자들은 흔히 1시간 이상의 웨이팅을 경험한다. 다행히도 이 기다림을 위로해주는 주변 공간들이 있다. 5분 거리에는 시니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방 ‘깨북’이 있다. 작지만 뚜렷한 철학을 담은 이 공간들 역시 시만차가 위치한 이 거리만의 감도를 완성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다림 자체가 시만차의 속도에 스며드는 시작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