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피어난 시간의 집 | 명지각 1956
잠시 시계를 멈추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속도를 늦춘 시간 속에서 고요히 나를 돌아보는 그런 밤. 남원에서 그 시간을 가장 근사하게 선물해주는 공간이 바로, ‘명지각 1956’입니다.
1956년, 광한루원 인근에서 처음 문을 연 이 한옥 호텔은 한때 ‘명지장’, ‘명지호텔’로 불리며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죠. 오랜 시간 문을 닫은 채 침묵하고 있던 공간은 이제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풍류의 한옥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사랑채와 안사랑채, 중정이 품은 안채, 프라이빗한 목욕공간 ‘련’까지. 각각의 건물은 마치 과거의 시간을 오늘의 감각으로 번역한 듯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머무는 것만으로 남원 여행이 되는 이 집, 그것이 명지각의 특별함입니다.
사랑채부터 련까지, 남원 로컬이 건네는 여유
명지각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랑채는 단순한 프런트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체크인과 조식 공간으로 운영되다가, 낮에는 누구에게나 열린 카페가 되어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머무르게 하죠.
조금 더 깊은 여유는 오직 투숙객에게만 열려 있는 안사랑채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북큐레이션, 웰컴티, 전통주 한 잔이 기다리는 곳. 안채는 중정을 둘러싼 여섯 채의 객실이 한옥 특유의 깊은 정취를 머금고 있으며, 예약제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목욕장 ‘련’은 새롭게 무료로 제공돼 더욱 만족스럽습니다. 누군가의 시간 속에 머물렀던 공간이, 이제는 나만의 기억을 새겨가는 풍류의 집이 됩니다.
자전거가 어울리는 동네, 느릿한 속도의 남원
명지각에 머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남원의 거리를 자전거로 누비는 경험입니다. 투숙객이라면 빈티지 자전거를 대여해 요천길과 풍등길, 기와담길을 천천히 걸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아닌 두 바퀴 위에서 마주하는 도시의 풍경은, 마치 오래된 시집을 넘기는 듯한 감동이 있지요. 달그락거리는 바퀴 소리를 따라 흐르는 남원의 시간,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결은 충분히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