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남동의 시간은 이곳에서 멈춘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평일의 연남동 거리는 여유롭지만 사루카메 앞만은 다릅니다. 브레이크 타임을 한 시간이나 앞둔 시점인데도 문 앞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어요. 그들의 손엔 캐치테이블 예약 알림창이 떠 있었고, 눈에는 기대와 설렘이 묻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생활의달인 941회에 출연했고, 2024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라멘집. 미식의 기준을 엄격히 세우는 미쉐린의 선택은 단순한 ‘맛집’ 이상의 가치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그 명성을 입증하듯,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은 더 몰려들었지요. 하지만 브레이크 타임이 되자 거짓말처럼 빠져나가는 손님들. 썰물처럼 가게를 떠나는 그 순간조차, 사루카메의 ‘기다림의 미학’이 남긴 여운처럼 느껴졌습니다.
꽃게와 바지락, 그리고 수란이 만든 계절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손님들이 주문하는 메뉴는 단연 명물바지락라멘입니다. 큼직하게 썰어낸 차슈, 아낌없이 올라간 바지락, 그리고 쇼유 간장의 감칠맛으로 완성된 국물 한 스푼. 그 한입에서 짠맛과 단맛, 해산물의 풍미가 계절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함께 주문한 스테미너동은 수란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마음을 흔들지요. 불향 가득한 큐브 차슈가 수란과 섞이며 입안 가득 풍미를 채워줍니다. 특히 ‘혼자 방문한 손님에게도 세트를 추천한다’는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라멘과 밥, 두 메뉴는 서로를 완성하는 짝꿍처럼 잘 어울렸고, 저는 이 조합이 단순한 메뉴 이상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조용한 다찌석 앞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한 끼의 드라마’처럼요.
사루카메의 디테일은 식사 이후에도
이곳을 단순히 맛집이라고 정의하면 섭섭할지도 모릅니다. 주문은 키오스크 방식이며, 에비스 맥주를 주문하면 시원하게 얼린 유리잔을 건네받는 센스도 놓치지 않지요. 자리마다 후추와 시치미가 놓여 있고, 라멘을 맛있게 먹는 법까지 가이드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바지락의 수가 몇 개인지 직접 발라보는 재미, 수란을 터뜨리는 순간의 찰나, 토치로 불향을 입히는 주방의 현장감까지—사루카메에서의 식사는 그저 ‘먹는 행위’를 넘어서 있습니다. 이 공간은, 맛의 깊이와 사람이 만든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