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Upper Arrow
부산 한복판에서 태국을 맛보다
광안동 태국 한 그릇
피리피리

2024 미쉐린 빕구르망 등재, 태국식 다이닝바. 푸팟퐁커리·랭쌥 인기. 이국적 분위기와 음악, 칵테일이 어우러지는 부산 광안동의 밤 맛집.

부산
태국인가
피리피리

골목을 걷다 마주친 이국의 밤

광안동을 걷다 문득 시선이 멈췄다. 낮은 조명 아래 이국적인 간판이 슬쩍 빛났고, 유리 너머로 보이는 붉고 진한 색감의 인테리어는 부산의 어느 골목이 아닌, 태국 방콕의 밤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피리피리. 이름부터 낯설고 낭만적인 이 태국식 다이닝 바는 생각보다 훨씬 진지한 공간이었다. ‘여기 진짜 태국 같아’라는 말이 자연스레 입 밖으로 새어 나왔고, 마치 오랜 여행 끝에 잠시 들른 도시의 구석 식당처럼 편안하게 몸을 기댈 수 있었다.


피리피리는 오너 셰프 백영수가 태국 요리에 대한 애정 하나로 2022년부터 지켜온 공간이다. 미쉐린 가이드의 빕구르망에도 이름을 올린 이곳은 단순히 트렌디한 맛집 그 이상이다. 태국 현지식의 향과 색, 그리고 한국인의 입맛을 배려한 균형 있는 조화. 무심한 듯 은근히 마음을 잡아끄는 이 공간은, 낯선 음식이 줄 수 있는 설렘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풀어낸다.





푸짐하고 낯익은 이국의 테이블

피리피리의 인기 메뉴는 ‘푸팟퐁커리’와 ‘랭쌥’. 이름만 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한 숟갈 맛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푸팟퐁커리는 진한 커리 향에 바삭한 게튀김이 더해진 태국식 대표 요리로, 공기밥을 절로 부르게 만드는 마성의 메뉴다. 가성비까지 갖춘 덕에 하나만 시켜도 테이블이 풍성해진다. 반면 ‘랭쌥’은 태국식 갈비찜처럼 여러 맛이 입안에서 한꺼번에 터지는 중독적인 요리다. 다만 이곳의 랭쌥은 고기의 유약함보다는 결이 살아 있는 편이라, 부드러운 해체감을 기대했다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리피리는 매력적이다. 포장도, 예약도 되지 않지만 찾아오는 이들은 꾸준하고, 작은 메뉴 하나에도 밸런스를 맞춘 노력이 느껴진다. 특히 밤이 되면 턴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이국적인 칵테일, 그리고 부드러운 조명 아래 퍼지는 향신료의 냄새까지 모든 요소가 공간을 완성한다. 단순히 태국 음식을 먹으러 왔다기보단, 한편의 장면 속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드는 이유다.





오늘 하루의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곳

피리피리의 운영 철학은 메뉴보다 사람에 있다. “단순히 음식이 맛있는 술집이 아니라, 술 한 잔에 당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문구처럼, 이곳은 단골이든 여행객이든 누구에게나 조용한 위로의 자리를 내어준다. 반려동물 출입이 어렵고, 예약이나 단체 손님도 제한적이지만, 오히려 그 작은 제한들이 이 공간을 더 정성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부산이라는 도시에 조금은 낯선 태국 요리를 들여와 고집스럽게 지켜내고 있는 젊은 셰프의 마음이 곳곳에서 전해진다. 피리피리는 그런 공간이다. 메뉴를 먹는 순간보다, 다 먹고 난 뒤 한 번 더 생각나게 되는 집. 부산에 머무는 날이 있다면, 광안동의 어느 밤 피리피리를 다시 찾아갈 확률은 꽤 높을 것이다.





트리퍼
사진
피리피리
장소
피리피리

위 버튼을 누르면 FIND POINT가 적립됩니다. FIND POINT란?

RELATE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