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 한가운데, 향신료가 피어나는 식탁
드라이브 삼아 애월 해안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풍경이 조금 달라집니다. 바다를 지나 산을 끼고 도는 길.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던 시야 한켠에, 유난히 초록이 짙은 온실 한 채가 눈에 들어옵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식물들과 찬란한 햇살,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이국적인 향기. 그 순간 본능처럼 느끼게 됩니다. ‘여기, 꼭 들어가 봐야겠다.’
그곳이 바로 인디언키친입니다. 애월의 자연 속에 녹아든 이 인도 음식 전문점은 단순히 ‘맛있는 곳’ 이상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햇살이 가득 스며든 온실 스타일의 실내, 초록으로 물든 테이블,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커리와 탄두리의 향. 마치 제주에 있으면서도 남아시아의 어느 작은 정원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여기에 직접 만든 탄두리 화덕과 인도 현지 셰프의 요리까지 더해지면, 이 식사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작은 여행’이 됩니다. 낯설지만 반갑고, 이국적이지만 따뜻한 한 그릇. 인디언키친은 그렇게 애월에서 아주 특별한 인도 한 상을 차려냅니다.
정통의 디테일이 만드는 깊은 풍미
인디언키친의 진가는 메뉴 하나하나에서 드러납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큼직한 갈릭난. 커리 그릇보다 훨씬 넓고 얇게 구워낸 난은 바삭함과 쫄깃함이 공존하며, 한 장만으로도 테이블을 꽉 채울 만큼 넉넉합니다. 탄두리 치킨은 인도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담백하고, 겉은 촉촉하게 속은 부드럽게 잘 익어 나옵니다. 특히 고기 겉면에 얇게 스민 향신료의 풍미는 화덕에서 직접 구워낸 음식만이 줄 수 있는 맛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은 메뉴는 단연 양고기 커리와 양고기 비리아니입니다. 향신료의 조화 속에서도 양고기 특유의 고소함과 풍미가 살아 있고, 입안에서 고기가 부드럽게 풀리는 식감은 숙련된 조리법을 증명하듯 정교합니다. 밥알이 날리는 비리아니는 손으로 뭉쳐 먹을 수 있을 만큼 포슬포슬하며, 커리 없이도 감칠맛이 도는 이국적인 식사입니다. 그 외 치킨커리는 익숙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처음 인도 음식을 접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라고 하네요. 모든 음식은 적당한 자극과 풍성한 양으로 채워져 있어 ‘한 번 맛보고 끝’이 아닌 ‘다음엔 이 조합으로 다시 와야지’ 싶은 욕심을 남깁니다.
식사 그 이후의 시간까지 설계된 공간
한 끼를 마친 후, 식당 밖으로 나오면 또 다른 감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디언키친의 정원은 단순한 외부 공간이 아닙니다. 사계절 꽃이 피고, 햇살이 머무는 돌길과 초록길은 식사 이후의 시간을 여유롭게 이어주는 여백 같은 곳입니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애월의 공기 속에서 향신료로 데운 속을 식히며 걷다 보면, 막 떠났던 인도 여행에서 다시 제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곳이 사랑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완성도’입니다. 넓은 주차 공간, 세심하게 다듬어진 테이블 세팅, 그리고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함. 인디언키친은 단순히 맛있는 인도 음식점이 아니라, 잠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이국적인 풍미 속으로 스며들 수 있는 애월만의 쉼표 같은 장소입니다. 여행지에서 ‘의외성’으로 남는 장소는 대개 이런 곳입니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 오래 남는 풍경. 인디언키친은 그렇게 제주 한복판에서 이국의 식탁을, 그리고 잠시 다른 시간대를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