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한 입이 남을 때까지, 기다릴 가치가 있는 라멘집
서울역 근처 만리재로 골목. 분주한 인파와 사무실 빌딩들 사이, 예상치 못한 위치에 자리한 작은 라멘집 하나. 그곳은 매년 겨울이 되면 다시금 떠오르는 맛집이자, 맑은 국물과 유자의 향을 기다리게 만드는 곳입니다. 이름은 ‘유즈라멘’. 일본식 라멘 중에서도 시오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 장소인지 공감하실 겁니다. 맑고 가벼우면서도 깊이가 있는 닭육수와 해산물 육수의 조화, 그리고 고흥산 유자가 더해진 산뜻한 풍미. 첫 숟갈엔 은은하게 감기는 맛이, 마지막 한입에선 묵직한 여운으로 남습니다. 한 번 방문하면 매해 다시 찾게 되는 이유, 어쩌면 그건 ‘가벼움 속의 진심’이 아닐까요.
유즈라멘은 단순히 맛있는 라멘집이 아닙니다. 재료를 고르고, 매일 자가제면을 하고, 화학조미료 없이 국물 하나하나를 정성으로 끓이는 이곳의 라멘은 마치 하나의 정직한 요리 철학처럼 다가옵니다. 그런 정성이 가득 담긴 한 그릇이기에, 긴 웨이팅조차도 이곳에선 이해가 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음엔 꼭 시간을 넉넉히 비워두고 가보세요. 마지막 한입까지, 참을 수 없이 맛있는 유즈라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디테일로 완성된 정직한 한 그릇
유즈라멘의 가장 큰 매력은 디테일에서 드러납니다. 매일매일 직접 뽑아내는 자가제면, 그 면발은 쫀쫀한 식감과 고소한 통밀 향이 살아있으며, 특히 얇은 면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겁니다. 처음엔 조금 꼬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물과 적당히 어우러졌을 때 특유의 식감이 살아나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이 집의 면은 그 타이밍을 알게 해줍니다. 차슈는 국내에서 쉽게 맛보기 힘든 이베리코 돼지를 사용합니다. 고기의 품질은 말할 것도 없고, 두께감 있게 썰려 나오는 차슈는 씹는 식감보다도 입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는 부드러움으로 인상 깊습니다. 국물과의 밸런스도 완벽하게 잡혀 있죠.
그리고 유즈라멘의 진가는 ‘조미료 없이’ 완성한 깊은 국물에서 극대화됩니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매일 닭기름에 마늘과 파, 향야채를 천천히 우려낸 신선한 향미유를 더해 ‘향의 깊이’로 감칠맛을 완성합니다. 어떤 재료도 과하지 않게, 그러나 모든 요소가 또렷이 존재하는 이 라멘은 ‘무언가를 더하지 않고도 충분한 맛’을 알려주는 경험입니다.
기다림을 감수하고라도 다시 찾게 되는 이유
유즈라멘은 ‘웨이팅 맛집’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점심시간대에는 문을 열자마자 대기줄이 생기고, 호출을 받아도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일도 흔합니다. 그래서 직장인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을 땐 점심 도전을 쉽게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이라면 알 겁니다. 그 기다림조차 다시 경험하고 싶을 만큼, 한 그릇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는 걸요. 계절이 바뀌어도, 입맛이 달라져도 변함없이 그리워지는 맛. 루꼴라, 반숙란, 김, 멘마, 그리고 두툼한 차슈가 올라간 그 비주얼은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집니다. 특히 라멘을 다 먹고 난 뒤에도, 국물 한 모금이 아쉬워 면을 추가하게 되는 경험. 유즈라멘은 육수와 면을 무료로 리필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배부른 한 끼’를 넘어 ‘잊기 힘든 한 끼’를 완성시켜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