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가족이 함께 만든 작은 식탁의 기록
남해의 속도에 몸을 맡기다도시에서 일하던 그는 늘 바빴다. 메뉴를 개발하고, 브랜드를 만들고, 전통주를 빚으며 수많은 외식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무언가를 해낸다는 마음 하나로 시간을 밀어붙였고, 바쁜 만큼 무게도 컸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가 마을 남해에서 조금은 다른 하루가 시작되었다.“처음부터 귀촌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먼저 남해로 오셨고, 어느새 저도 자주 오가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결심이 생겼죠. ‘이제는 내 속도대로 살아보자’는 생각이요.”
지금 그는 남해에서 ‘꼬끼니’라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김밥, 국수, 떡볶이를 만든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 같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다르다. 메뉴 하나하나, 그 위에 얹힌 마음과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엄마의 김밥, 가족의 식탁가장 먼저 만든 메뉴는 ‘엄마김밥’이었다. “어릴 적 엄마가 싸주던 김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어요. 다른 김밥은 안 먹을 정도로요.” 그렇게 시작된 메뉴에 주변 사람들이 “이거 진짜 엄마 김밥 같아요”라고 말해주었고, 그 말이 곧 이름이 되었다.이곳은 혼자의 가게가 아니다. 부모님과 함께 한다. 단지 돕는 수준이 아니라, 함께 운영하고 함께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김밥과 국수는 그래서 ‘상품’이 아니라 ‘식사’이고, 식사는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진짜 의미로 남는다. “남해에는 의외로 김밥집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게 시작의 계기가 되었죠. 부모님 두 분이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고, 지역에도 꼭 필요한 가게. ‘꼬끼니’는 그렇게 만들어졌어요.”이름부터 따뜻한 가게‘꼬끼니’라는 이름은 그가 직접 지었다. ‘꼬끼오’ 하고 아침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 그리고 우리가 매일 챙기는 ‘끼니’라는 단어가 만나 탄생한 이름.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한데요, 전 되게 마음에 들어요. ’밥 먹자!’고 소리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누구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동네 분식집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처럼, 꼬끼니는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꾸준하고 든든하다. 김밥은 기본에 충실하되, 각기 다른 재료와 소스로 미묘한 차이를 만든다. 국수는 육전을 얹어 푸짐하게, 로제 비빔국수는 젊은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도토리묵이 들어간 묵사발냉국수는 여름날 단골들의 구세주처럼 자리 잡았다.남해에서 찾은 일상의 리듬남해에서의 삶은 그에게 ‘정리’와 ‘몰입’이라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도시에선 뭔가 늘 분산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이곳은 생각과 일, 삶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있어요. 자연스럽고 조용하게.”
물론 아쉬움도 있다. 청년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환경, 관광과 문화가 일회성이 아닌 일상으로 정착되기 위한 시스템. 그는 그런 것들이 더해지길 바란다. ‘함께 머무는 마을’이 되기 위해, 마을 안에 관계와 일, 소득이 순환되길 바라는 마음.오늘도, 따뜻한 한 끼가 이어진다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크게 욕심을 말하지 않았다. “꼬끼니가 그냥, 밥 생각날 때 떠오르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그저 든든한 가게요.”그는 언젠가 남해의 식재료로 만든 전통주를 다시 빚고, 그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소개하는 공간을 꿈꾼다. 술과 밥은 다른 영역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꼬끼니는 ‘장사’라기보다, 그의 가족이 함께 지어 올리는 삶의 리듬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식탁에서 따뜻한 한 끼를 먹고, 남해의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오늘도, 따뜻한 한 끼가 이어진다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크게 욕심을 말하지 않았다. “꼬끼니가 그냥, 밥 생각날 때 떠오르는 집이었으면 좋겠어요. 가볍게 들를 수 있는, 그저 든든한 가게요.” 그리고 그 다음 장면도 차분히 준비 중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남해 특산물로 소규모 전통주 양조장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직접 만든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곁들이는, 페어링 공간도 운영해보고 싶고요.”그는 술과 밥이 공존하진 않더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남해의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방향을 조심스럽게 그려가고 있다. 꼬끼니는 ‘장사’라기보다, 그의 가족이 함께 지어 올리는 삶의 리듬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그 식탁에서 따뜻한 한 끼를 먹고, 남해의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해당 콘텐츠는 남해관광문화재단과 트리퍼가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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