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맞으며 비건으로, 부산에서

<먼지 따라 방방곡곡> 세 번째 가이드


안녕? <먼지 따라 방방곡곡>의 세 번째 가이드인 비건먼지 팀의 코코넛이야.


내가 얼마 전에 부산 여행을 잠시 다녀왔거든? 그런데 혹시 부산 하면 뭐가 생각나? 해운대나 광안리 같은 바다가 생각날 수도 있고, 남포동의 자갈치 시장 같은 곳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원래 물놀이도 싫어하고 바다도 딱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란 말이야! 그래서 해운대와 광안리 해변을 걸어도 특별한 감흥이 없었고, 거기다 비건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에서 유명한 해산물 요리도 먹지 않았지.


하지만 나는 여행 전에도 부산으로 떠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고, 여행 경험도 정말 재미있고 만족스러웠어! 많은 사람이 알지는 못하지만, 부산에는 숨은 비건 찐맛집이 꽤 많거든! 부산 비건 맛집들은 다른 지역에 사는 비건 지향인들이 일부러 찾아갈 정도로 맛있고 신선하단 말이야. 그래서 오늘은 부산에서 비건으로 여행할 때 내가 들른 맛집들을 몇 군데만 (구독자)에게 소개해 주려고 해! 이런 건 나 혼자만 알고 있을 수가 없지!






숨어 있는 바닷가 맛집, 영도구 ‘아르프’


내가 부산을 여행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고 또 다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장소는 영도구에 있는 흰여울문화마을이었어. 좁은 계단과 골목길 사이를 걸으며 아기자기한 소품샵과 기념품들을 구경하거나 지나다니는 고양이들과 인사하기도 하고, 예쁜 건물과 바닷가 사이에서 이런저런 생각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더라고! 그러다 지치면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서 커피를 시키고 책을 읽거나 밀린 작업을 하기도 했어. 그런데 흰여울문화마을이나 그 근방에서 비건으로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있나 생각하다 보니, 문득 좀 특별하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진 거 있지? 그래서 찾은 곳이 ‘아르프’라는 곳이야.


아르프는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여섯 정거장만 가면 있는 식당이야. 파스타류를 메인으로 취급하는 곳인데 모든 메뉴가 비건이지. 식당에 들어가면 주는 웰컴티도 신선하고 정말 향긋했어. 메뉴 수가 적은 편이지만 전부 다 너무 맛있어 보여서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게 되더라고! 결국 내가 고른 메뉴는 김 카펠리니였어. 가느다란 카펠리니 파스타에 김으로 만든 페스토 같은 소스를 버무리고, 얇게 채썬 참외와 커다란 유부 조각이 올라간, 진짜 어디서도 못 본 비주얼이지! 그런데 먹어 보니까 파스타와 참외, 김 소스, 유부의 맛이 너무 잘 어우러져서 정말 깜짝 놀라게 돼! 다음에 다시 들러서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들더라고. 디저트로 주문한 아이스크림 얹은 크로플도 달콤 고소 바삭해서 입가심으로 딱! 이었어.




나는 아르프에서 점심을 먹고 흰여울문화마을로 넘어가서 시간을 보냈어. 바다 동물이 아닌 신선한 김으로 만든 요리를 먹으니, 정말 바다의 도시인 부산에 왔다는 게 본격적으로 실감 나기 시작하더라고! 사진 찍기 좋은 흰여울문화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기 전에 아르프에서 특별한 경험, 어때? 맞다, 그리고 흰여울문화마을의 카페 중에서 두유 옵션을 지원하는 카페가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 그런 카페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해!

https://www.instagram.com/arp_kitchen




얼큰하고 매콤한 베트남식 국물을 먹고 싶을 때, ‘라임하노이’


내가 흰여울문화마을에 방문한 날은 사실 마침 비바람이 엄청 몰아치는 날이었어. 물론 궂은 날에 바닷가를 보는 매력도 색달랐지만, 아무래도 몸이 젖었다 보니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었지. 그런 날에 딱 맞는 식당이 있었는데, 부산에 사는 친구가 나에게 추천해 준 ‘라임하노이’라는 곳이었어. 다른 비건 친구들에게 자주 듣지 못한 곳이었는데, 부산에 사는 사람만 아는 맛집인가 싶기도 했지.


흰여울마을에서 버스로 일곱 정거장 거리에 있는 라임하노이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베트남 음식을 파는 곳이고, 팟타이 같은 태국 요리도 있더라고. 가게 인테리어에 진심이신 힙한 사장님께서 운영하시는 곳인데 올비건 식당은 아니지만 비건 옵션이 정말 많았어. 나는 평소에 좋아하던 쌀국수를 비건 옵션으로 주문했는데, 이런 국물 요리를 비건으로, 그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흔하지 않아서 정말 신기하고 좋았지! 원래는 사장님께서 고수도 풍성하게 주신다고 하는데 마침 내가 방문한 날에 고수가 다 떨어졌다고 해서 나는 고수를 먹지 못했어. 고수 러버인 나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다음 부산 여행 때 꼭 다시 들르기로 다짐했지.





라임하노이의 비건 쌀국수는 적당히 달콤하고 얼큰한 국물이 정말 매력적이었어. 게다가 콩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가 있는데, 양념을 하지 않은 콩고기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고, 불맛이 나는 쫄깃한 풍미로 나를 깜짝 놀라게 했어. 가격도 정말 합리적이고 사장님께서도 말을 잘 걸어 주셔서, 혼자 갔는데도 심심하지 않았어! 비건으로 베트남과 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으면 영도구의 라임하노이에 꼭 들러 봐 🍜




부산 비건들의 필수 성지,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꽃사미로)’


나는 솔직히 말해서 음식에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야. 안 믿기겠지만, 정말 그래. 그래서 좀 유명하거나 맛있다는 음식점도 내 동선에서 너무 멀어지면 굳이 찾아갈 필요를 못 느끼는 편이지. 그런데 꽃피는 4월 밀익는 5월(이하 꽃사미로)은 달랐어. 꽃사미로는 모든 메뉴가 비건인 베이커리 겸 카페인데, 전국의 비건들에게 너무나 유명한 곳이고, 내가 사는 서울까지 그 명성이 자자해.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서 맛본 꽃사미로의 쿠키와 크림빵, 크럼블이 너무 맛있어서 부산에 가면 무조건 꽃사미로를 가겠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어. 그래서 여행 동선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반드시 가기로 했지.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꽃사미로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2,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있는 베이커리야. 그렇게 해서 찾게 된 꽃사미로는 진짜 갈 만한 가치가 있었어. 꽃사미로에서 먹은 크림빵과 빙수, 옥수수빵은 정말 비건이라고 말해 주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건강함과 맛있음 사이 천상의 밸런스를 잡은 맛이었어! 내가 처음 방문한 시간대는 아직 크림빵이 나오지 않았을 때였는데, 매장에서 바로 택배를 시킬 수 있더라고? 그래서 크림빵을 한가득 택배로 주문해서 집에서 받아보았지. 그중에 얼그레이 크림빵은 진짜 먹으면서 행복해지는 맛이었어 ☕️



꽃사미로에서는 브런치 메뉴도 파는데, 나는 처음 방문한 날 시간을 맞추지 못해 브런치를 먹지 못했어. 그게 너무 아쉬워서 부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결국 꽃사미로를 다시 찾아 브런치 메뉴 중 김치볶음밥을 먹었어. 평소에 김치볶음밥을 좋아하지 않는데 김치와 아보카도와 두부의 감칠맛에 흠뻑 반했어! 부산에 갈 일이 있으면 꽃사미로를 반드시 들르는 걸 추천할게!




https://www.instagram.com/april_and_may45/




 ☔ 지난번 글에도 소개했지만, 내려받으면 두 배로 편한! 카카오 채식 지도를 다운받으면 훨씬 수월하게 강원도에 있는 비건(옵션) 식당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내가 있는 곳 근처의 비건 식당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편해.

지난 글이 궁금하다면 (링크)를 클릭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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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에 새로운 여행지 이야기로 찾아올게. 함께 방방곡곡 떠나보자! 🏃



 

기획·취재: 비건먼지

사진·자료: 비건먼지